
따뜻한 곳으로 by 태엽감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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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12일
나는 내가 바다가 없는 곳으로 이사를 간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아 불안할 정도였다. 좋은 때나 나쁜 때나, 더운 날씨에 사람들로 북적거릴 때나 별이 총총한 한겨울에나, 새해를 맞이하여 신사로 가는 길에나, 옆을 보면 늘 바다는 한결같이 거기에 있었다. 내가 작든 크든, 옆집 할머니가 죽든 의사네 아기가 태어나든, 첫 데이트를 할 때나 실연했을 때나, 아무튼 언제나 바다는 넓고 잔잔하게 마을을 감싸고 변함없이 밀려왔다 밀려갔다. 시야가 환히 트인 날에는 만 건너 해안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바다는, 보는 이가 딱히 감정을 이입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어김없이 가르쳐주는 것 같았다. 그런 식이라 지금까지는, 그 존재와 쉴 새 없이 부서지는 파도 소리의 울림을 새삼스럽게 생각하는 일이 없었는데, 도시 사람들은 대체 뭘 보고 '평형'을 생각할까. 역시, 달님일까. 그러나 달은 바다에 비하면 너무 멀고 작아서, 왠지 서글프게 느껴졌다. "츠구미, 나, 내가 바다가 없는 곳에서 살게 되다니, 못 믿겠어." 나도 모르게 그만 내뱉고 말았다. 말하고 나니까 점점 더 불안이 짙어졌다. 아침 햇살이 시시각각 하얗게 기세를 더해 가고, 마을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무수한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바보." 츠구미는 골난 사람처럼 얼굴도 돌리지 않은 채 불쑥 말했다. "뭔가를 얻을 때에는 반드시 뭔가를 잃는 법이잖아. 너희 세 가족, 이제 겨우 모여 살게 됐잖아. 전처를 몰아내고 말이야. 그런데 바다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너 아직 애로구나." "하긴, 그렇다." 츠구미가 너무 진지하게 대답해서 나는 내심 놀랐다. 너무 놀라 한순간, 불안이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을 정도였다. 그러다면 츠구미도 마음속으로는 무언가를 얻기도 하고 무언가를 잃기도 하는 것일까. 추구미는 자아가 너무도 분명하고 강해서 도무지 무언가를 얻고 잃을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불현듯 추구미의 속내를 알아버린 듯한, 애틋한 기분이 들었다. 츠구미는 줄곧 그런 기분을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고 살아온 것일까.
- 티티새 봄과 이모네 자매 중
# by 태엽감는새 | 2003/12/12 10:06 | 작품감상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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